[법과 사회]의심스러운 남편의 전화기에 녹음앱을 설치해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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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회]의심스러운 남편의 전화기에 녹음앱을 설치해 놓을까?
  • 한들신문
  • 승인 2021.10.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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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문상변호사
권문상변호사

<사례>
아내 A는 남편 B의 부정행위가 의심되어 남편과 다투다가 남편의 동의를 받아 남편의 전화기에 위치추적 앱을 설치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이 A가 B의 전화기에 설치한 위치추적 앱은 위치추적뿐만 아니라 통화가 자동으로 녹음되는 기능까지 있었다. A는 그와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았지만 B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B는 이후 다른 여자 C와 부정행위를 의심할만한 통화를 많이 하였고 B의 전화기에는 그 통화내용이 녹음되어 있었다. 한편 A는 B가 평소에 B의 절친인 D와 허물없이 대화한다는 것을 알고 B와 D가 대화하는 장소에 몰래 녹음장치를 설치하여 그 대화를 녹음하였는데 그 대화 내용에는 B가 C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증명력과 증거능력>
  재판에서 어떤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증거를 제출한다. 그 증거는 증거로서의 가치가 높은 것도 있고 크게 가치가 없는 것도 있고 또 내가 증명하고자 하는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증거로서의 가치를 증명력이라고 한다. 한편 증거로서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정책적인 필요에 의해 아예 증거로서 사용할 수 없는 증거도 있다. 예를 들어 배구 시합에서 각 팀별로 선수 6명을 뽑아 시합을 했다고 하자. 선수 6명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갖고 있고 그 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은 비교하자면 증명력이다. 우리 국가대표 여자 배구팀에서는 김연경 선수가 가장 중요한 선수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증명력이 가장 좋은 증거이다. 준결선에서 우리와 맞붙어 이긴 브라질 선수들도 뛰어난 실력들을 가지고 출전하였다. 그런데 그중 한 선수가 약물 복용 혐의로 참가자격이 박탈되었다면 그는 아무리 팀에서 필요한 실력(증명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아예 코트에 들어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곧 증거로서의 자격, 즉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다. 

<대화를 몰래 녹음한 테이프는?>
  그렇다면 대화를 대화 당사자의 동의 없이 녹음한 경우, 그 녹음 음원을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는 어떨까? 사건의 종류나 경우에 따라서는 사건 당사자의 말은 상당한 증거가치가 있을 것이다. 사례에서 B와 C 사이의 부정행위를 의심하고 책임을 묻고자 하는데 B와 C 사이의 대화 내용이라든지 또는 B가 절친인 D에게 고민을 상담한 내용은 B와 C 사이의 부정행위를 증명하는 데 있어서 그 가치는 절대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B와 C 사이의 대화를 취득한 경위나 B와 D가 대화한 내용을 취득한 경위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참조) 그와 같은 소위 도청(盜聽)을 범죄라고 하면서 그 도청이라는 범죄행위로 얻은 증거의 증거가치를 인정한다면 이는 범죄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도청이라는 범죄에 대한 처벌과는 별개로 그렇게 얻은 증거를 아예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바로 ‘증거능력 불인정’인 것이다. 

<사례의 경우>
  사례에서 A는 (과거 간통죄가 있을 때) B와 C를 간통죄로 형사고소하였고 또 B와 C를 상대로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면서 A는 B와 C 사이의 부정행위의 증거로 사례와 같은 경위로 취득한 B와 C 사이의 통화 내용, 또는 B와 D 사이의 대화 내용 음원을 제출하였는데 이때 다른 증거가 없다면 형사사건에 있어서 (간통이라는 범죄가 있을 때를 전제로) B와 C는 무혐의 또는 무죄, 민사사건에 있어서 A의 청구는 기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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