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 콤플렉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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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우먼 콤플렉스 1
  • 한들신문
  • 승인 2023.06.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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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소설가)
◀드라마 포스터(출처 : 네이버 )
▲드라마 포스터(출처 : 네이버 )

지난해 2022년 10월 15일부터 12월 4일까지 tvN에서 사극 <슈룹(극본 박바라)>이 방영되었다. 
  ‘슈룹’은 ‘우산’의 순우리말로,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엄마의 사랑을 비유한 것이다. 모양은 엇비슷해도 색은 각기 다른 우산처럼 드라마 속 엄마들의 사랑도 각양각색이다.
  할미 마마에게 혼이 나 빗속에서 벌을 받고 있는 자식들 앞에 임화령(김혜수 분)은 ‘가장 듬직하고 따뜻한 중전마마의 우산’을 쓰고 나타난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폐비 윤 씨를 찾아갈 때는 빗속에서 우산을 버리고 무릎을 꿇기도 하면서, 어떠한 역경에도 돌파구를 찾아내는 사랑을 보여준다. 어떤 사랑은 자식의 결핍을 채우는 도구이며 또 다른 사랑은 더 큰 부와 권력을 향한 수단이기도 하다. 끝 장면에서는, 장성한 아들 대군들이 화령의 우산이 되어준다. 어린 자식이 비 맞지 않게 우산을 씌워주던 화령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식들의 우산 밑에서 비를 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우산은 이제 모두를 향해 펼쳐진다. 남과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계성대군과 양반에게 겁탈을 당하고도 오히려 돌팔매질을 당해야 했던 여인에게, 방황하는 아들 때문에 비통해하는 후궁들, 그리고 비참한 말로를 맞은 의성대군과 연적 황숙원에게까지, 우산은 골고루 씌워진다. 화령이라는 인물은 신분과 성별을 뛰어넘어 모두가 평등하게 인정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랑’ 그 자체를 의미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동안 궁궐 배경의 사극이 왕을 중심으로 한 정치싸움이나 왕의 사랑을 둘러싼 여성 캐릭터를 서브주연이나 주변 인물로 삼았다면, <슈룹>은 모성애를 주제로 하여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다. 게다가 주체적인 여성들의 활약, 여성 연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포용 등 현대적 가치관을 반영한 소재를 과감히 투입해, 특별한 재미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황찬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성 위주로 굳어진 장르에서, 여성 서사를 보면 단순히 권력을 쟁취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의 엇갈린 심리에 좀 더 파고드는 측면이 있고, 미학적인 부분도 강조된다고 했다.
  <슈룹>에서 임화령은, 여성이기 때문에 마주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스스로 극복한다. 왕 이호는 백성을 위한 애민 통치로 태평성대를 열지만, 적장자가 아니기 때문에, 택현으로 새로운 국본을 세워야 한다는 대신들의 요구에 시달리며, 왕권을 흔드는 그들에게 맞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 대비의 권력욕 때문에 자신의 아들마저 잃는다. 
  그런 가운데 ‘궁에서 가장 발이 빠른 중전’ 화령은 기품이 넘치던 이전 중전 캐릭터와는 다르다. 단지 똑똑하고 지혜로운 것에 그치지 않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다. 중궁전 보료 위에 앉아서 아랫사람의 보고만 받는 중전마마가 아니라, 대비와 협잡하여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세력의 음모를 간파하여 미리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왕의 아내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때로는 신념에 맞는 일이라면 봉건시대의 절대군주인 왕 앞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다. 
  권력을 지닌 왕비로서, 그 권력을 이용해 누군가를 지켜주기도 하고 가차 없이 징계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후궁 소생인 왕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포용력도 겸비하며,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에도 힘쓴다. 수구 세력의 삿된 의도를 격파하는 영웅적 면모에 자식의 앞날을 염려하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품성까지 두루 갖춘 여성이다. 물론 자식을 위한 행동거지는 선택적 정의와 분노에 익숙한 가족이기주의적인 모습이기도 한다. 그러나 화령은 엄마라 해서, 어른이라 해서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니, 자식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자식을 망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역설한다. 정말 완벽하고 이상적이며 지혜로운 어머니이자 아내이다. 기존 사극이 그려왔던 내명부 여인의 정적인 이미지 대신에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역동적인 인물로 표현된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현대적인 시선으로 새롭게 그린 조선의 여성으로서, 유머를 잃지 않고 통쾌한 성격에 모든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실행하면서도 품위를 지키는 임화령이지만, 그러나 그런 그녀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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