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혼인생활 파탄의 책임 있는 자가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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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회]혼인생활 파탄의 책임 있는 자가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가?
  • 한들신문
  • 승인 2021.05.1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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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문상변호사
권문상변호사

<사례1>

영화감독 A2015년 자신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촬영하던 중 출연 배우 C와 사랑에 빠지고 급기야 201611월 배우자인 B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B는 이에 이혼할 뜻이 없다고 맞섰다.

 

<사례2>

A(70, 남편)B(아내, 63)1976. 3. 9.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그 사이에 성년인 자녀 3명을 두고 있는데 A20001월경 집을 나와 그 시기부터 C와 동거를 하고 그 사이에 딸을 출산하였다. A2010년경 B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재판상 이혼사유(민법 840)

우리 민법은 재판상 이혼사유로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로 한정하고 있다.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한편 혼인파탄의 책임 있는 배우자가 책임 없는 배우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이혼을 인용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그 가능성을 부인하는 유책주의와 인정하자는 파탄주의로 나뉜다. 유책주의를 주장하는 측은 우리 민법이 한정적으로 재판상 이혼사유를 열거하고 있으므로 민법 해석상 타당하다는 이유와 우리나라는 협의이혼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유책배우자는 협의이혼을 이용하면 된다는 등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파탄주의는 사실상 파탄된 부부를 법률이 보호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논리와 우리 민법 해석론으로도 민법 8406호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있어 파탄주의가 우리 민법 취지와 반드시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는 등의 논리이다.

 

우리 대법원의 입장과 외국 사례

우리 대법원은 1960년대 이래 현재까지 유책주의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간통이 위헌으로 결정된 후 대법원은 이혼사유의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었고 그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글 머리에 든 사례2.가 그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위 판결에서도 당시 대법관 13명 중 유책주의 7대 파탄주의 6의 근소한 차이로 유책주의가 고수되었다. 그러나 전원합의 의견이 나뉜 대법관 숫자도 유의미하지만,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20201026유책주의와 파탄주의에 관한 실증적 연구용역 사업을 발주하는 등 앞으로의 대법원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외국의 몇 국가들의 경우 처음에는 유책주의를 택했지만,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자유에 대한 인식 확산에 따라 파탄주의로 점차 바뀌었다. 유럽에서는 1907년 스위스가 최초로 파탄주의를 채택한 이후 대부분 국가가 파탄주의로 전환했고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가 1969년 파탄주의를 도입한 이후 모든 주로 확산됐다. 일본 역시 1987년 제한적이나마 파탄주의를 인정했다.

 

과연 유책주의가 더 인권적인 제도인가?

유책주의는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청구를 못하게 함으로써 그 자체가 선량한 배우자가 축출되는 것을 방지하기에 더욱 인권적인 제도로 비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같이 사는 것만으로도 지옥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헤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국가가 나설 일인지는 의문이다. 법원의 재판이 상대방의 유책을 입증하는 데 집중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거짓 주장이 판을 치고 이를 가리는 법원의 일이 과중된다. 차라리 법원은 재산 및 자녀 양육권의 적절한 분배 등 약자를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는 일에 더 재판역량을 투입하여야 할 것이다.

글 머리 사례 1의 경우 A감독은 이혼 청구가 1심에서 기각된 후 항소를 포기하고 C와 동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유책주의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사회나 개인에게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필자는 이혼 소송을 당한, 파탄에 책임 없는 배우자 일방을 대리할 경우 유책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청구 기각을 구하고 청구 기각 판결을 받아내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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